AI의 숨겨진 구성요소를 밝히는 인공지능 자재명세서(AI BOM)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AI 서비스는 과연 안전할까요?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ChatGPT, Gemini, 그리고 수많은 AI 애플리케이션들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위험 요소들이 숨어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조차 자신들의 AI 시스템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최근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식품에 원재료 표시를 의무화하듯 AI 시스템에도 그 구성요소를 명확히 밝히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 자재명세서(AI BOM)’입니다. 과연 이 새로운 개념이 AI 산업과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AI BOM의 개념과 등장 배경
AI 시스템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제의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다양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여러 기술이 결합된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소스 AI 모델과 라이브러리가 널리 사용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인지 확인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AI 보안 위협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방식의 공격이 가능해졌고, 독성 데이터 삽입이나 모델 도용, 적대적 공격 같은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4년부터 AI 관련 행정명령과 규제를 강화했고, 유럽은 AI법(AI Act)을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AI 관리 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인공지능 자재명세서(AI Bill of Materials, AI BOM)는 AI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와 의존성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한 목록입니다. 소프트웨어 자재명세서(Software Bill of Materials, SBOM)의 AI 특화 버전으로, AI 시스템의 복잡성과 특수성을 반영하여 확장된 개념입니다.
AI BOM의 특장점: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
AI BOM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입니다. AI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명확히 문서화함으로써,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AI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거나 편향된 결정을 내릴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도구가 됩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AI BOM은 매우 유용합니다. 구성요소별 정보를 통해 잠재적인 위험을 미리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훈련 데이터의 편향, 오래된 라이브러리의 보안 취약점, 불안정한 외부 API 의존성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금융, 의료, 자율주행처럼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규제 대응에서도 AI BOM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강화되는 AI 규제 환경에서 시스템 구성과 운영 방식을 명확히 보고할 수 있어 규제 위반 위험을 줄이고 컴플라이언스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 감사나 외부 감사 시에도 체계적인 문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 보안 측면에서도 AI BOM은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외부 구성요소의 출처와 신뢰성을 확인해 공급망의 취약점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오픈소스 모델과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경우, 안전성과 신뢰성을 미리 검증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거버넌스에서도 AI BOM은 책임 있는 AI 개발과 운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전체 생명주기 동안 일관된 관리 체계를 제공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합니다.
글로벌 AI BOM 동향과 전망
미국에서는 정부와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AI BOM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군은 AI 활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AI BOM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AI 보안 생태계에서 AI BOM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AI BOM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AI Act 시행으로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문서화 요구사항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기업들이 규제 준수를 위해 AI BOM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AI 산업의 표준을 형성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위험 AI 시스템으로 분류되는 의료, 금융, 교육 분야의 AI 애플리케이션들은 AI BOM 도입이 거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중심으로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AI 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는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AI BOM과 같은 투명성 도구의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산업별로는 금융업에서 금융 AI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AI BOM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업에서는 의료 AI의 안전성과 효능 입증을 위해 AI BOM이 필수적인 도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제조업에서는 산업 AI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 보장을 위해 AI BOM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AI BOM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 BOM, AI 시대 신뢰 구축의 기반
AI BOM은 단순히 AI 시스템을 문서화하는 도구를 넘어서,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규제 환경이 더욱 엄격해질수록 AI BOM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AI 시스템이 점점 더 많은 사회 기반 시설에 활용되고 있는 지금, AI BOM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AI 운영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BOM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표준화, 자동화 도구의 개발,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등이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변화에 발맞춰 책임 있는 AI 개발과 운영 체계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